Daniel's Knowledge Storage

나는 2년간 태안 앞 바다를 지켰다 본문

나의 삶/궁시렁 궁시렁

나는 2년간 태안 앞 바다를 지켰다

다니엘SEO 2008. 4. 19. 09:57
우리는 2007년 12월 7일 사상 최악의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를 기억한다.

그리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
날이 점점 풀리면서 얼었던 기름이 녹고 다시 상황을 악화 시키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다시 군이 투입되어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방학 시즌도 끝나고 해서 자원봉사의 손길도 뜸할 것인데...참 안타깝다.

내 군생활은 사고가 발생한 태안 앞바다를 지키는 것이 였다.
2년동안 오지도 않는 간첩을 위해 매일 같이 칼바람 같은 바다 바람을 맞으며 매복을 섰다.
가끔 밀입국이 오긴 했다. 뱀을 수십 포대에 담아서...
아니면 사람이 빠져 죽어서 수색하거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야간 근무가 끝나갈 무렵 동이 트는 태안 가로림만

▲ 가로림만 바다.

사고가난 수역 부근은 태안해양국립공원으로 무척 경치가 좋다.
기괴한 암석이 일품이고 물도 서해안치고 굉장히 깨끗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엄지 바위.


내가 근무한 소초와 인접하여 문제의 삼성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대 앞쪽에는 가리비구이 가게들이 즐비하게 있었고 낮에도 밤에도 이상하리 만큼 사람이 많았다.
그곳들은 자연산 가리비를 팔았는데, 알고 보면 아주 100% 자연산도 아니다.
삼성에서 배가 자주 지나다니고, 배에서 싣고온 기름을 내륙으로 주유하는 동안 열이 발생하는데 그로 인해 인근 수역의 온도가 상승하여 가리비가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가리비가 잘 나고 장사도 잘 되던 그곳이 지금은 말그대로 싹 망했다.
인근 양식장도 그렇고...

내 동생,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내 할머니, 내 할아버지 같은 분들의 삶의 터전이 한순간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제 어떻게 삽니까?" 라는 말에 가슴이 미어 진다...


해안 부대는 공개 주파수라는 무전 주파수의 내용을 항상 감청하고 있다.
뉴스에 보니 무전으로 계속 불렀고 경고를 했다는데...전화 해서 물어 보면 우리 후임들은 그 소리를 안한다.

게다가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예인선의 움직임이 전혀 비상식 적이라는 것이다.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어 오는데 U턴을 그렇게 하는건 미친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는 것이다.
그건 그냥 갔다 박아 버리겠다는 것이나 같다고 말한다.

깨림직 하다.

다 끝나지 않은 지금. 바다의 모습도.
사건의 정황도. 우리네 사람들의 모습도.
보상 문제도.

우리나라 사람의 냄비근성은 누구보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 모두 잘 알것이다.
나 또한 그렇고...
그럴 수 밖에 없다. 직접 적으로 내게 돌아오는 피해가 없게 느껴지고 내 하루도 아무일 없이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러나 내가 느끼지 못하는 것 뿐이다.

지금 당장 몸이 갈 수 없다면 성금이라도 하자.
http://www.taean.go.kr/  태안군청 홈페이지.

화이팅!....
Comments